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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프

일본에서 병원에 처음 갔을 때 느꼈던 것

by 사유리양 2026. 9. 12.

 

 살면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병원에 가는 일이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맛집이나 관광지, 쇼핑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하나의 생활이었다. 몸이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일본어로 증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접수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과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병원에 가기도 전에 이미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병원을 방문할 시 필요한 순서와 서류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1. 아픈 것보다 일본어가 더 걱정될 때

 

몸이 좋지 않으면 평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도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기에 하나가 더 생긴다.

"내가 증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어디가 아픈지 자연스럽게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본어를 신경 쓰게 된다.

 

접수할 때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문진표에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의사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약은 언제 먹어야 하는지... 등등...

평소에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몸이 아프면 평소보다 더 긴장하게 된다.

 

 

2. 병원에 들어가면 먼저 접수부터 해야 한다

 

일본 병원은 곳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접수 창구나 자동 접수기부터 찾아야 하고, 초진이면 건강보험증(保険証)을 제출한 뒤 문진표(問診票)를 작성한다. 이름과 생년월일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지금 복용 중인 약은 있는지까지 한자로 빼곡히 적힌 종이를 받아 들고 나면 순간 머리가 하얘질 때가 있다. 그렇게 작성을 마치고 나서야 대기실 의자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순서가 온다.

처음 몇 번은 이 흐름 자체를 몰라서, 접수처가 어디인지도 못 찾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곁눈질부터 하게 된다. 순서를 놓칠까 봐, 뭔가 잘못 적을까 봐 괜히 긴장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일은 병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는 순서, 구청에서 서류를 어느 창구에 내야 하는지, 편의점에서 택배를 부치는 방법까지 — 한국에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던 일들이 일본에서는 매번 새로 배워야 하는 낯선 절차가 된다. 익숙함이 사라지고 나면, 아주 사소한 일 앞에서도 다시 초보자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그저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일 뿐이라는 것. 처음 한 번은 누구나 긴장하고 헤매지만, 그 한 번을 지나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훨씬 수월해진다. 결국 익숙함이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그저 몇 번의 경험이 쌓인 결과일 뿐이다.

 

3. 문진표 앞에서 다시 한 번 긴장한다

 

접수를 마치면 보통 문진표(問診票)부터 써야 한다.

 

여기에 증상을 일본어로 써야 하는데, 일상 회화는 익숙해져도 이 순간만큼은 다시 긴장하게 된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떤 증상인지",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  머릿속엔 증상이 뻔히 그려지는데, 막상 일본어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손이 멈추곤 한다.

 

나는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부터는,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내 상태를 짧게 정리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진료실에서 당황하며 단어를 찾기보다, 메모 한 줄 준비해가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미리 생각해두면 좋은 것은 이 네 가지다.

  • 언제부터 아팠는지 (며칠 전인지, 오늘 아침인지)
  • 어떤 증상인지 (열, 기침, 통증, 어지러움 등)
  • 얼마나 아픈지 (참을 만한지, 움직이기 힘든지)
  •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지병 약이나 최근 먹은 진통제 등)

이 네 가지만 미리 정리해두면 문진표 앞에서 덜 헤매고, 의사 선생님께 설명할 때도 훨씬 편해진다.

 

 

4. 외국인이라면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들

 

多言語医療問診票 참조 https://kifjp.org/medical/   

 

 

多言語医療問診票

 

kifjp.org

 

 

일본에서는 외국인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 체계도 마련되어 있다.

후생노동성은 외국인 환자를 받아들이는 의료기관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으며, 진료과와 대응 가능한 언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안내하고 있다.

 

(厚生労働省의 홈페이지 참조https://translation.mhlw.go.jp/LUCMHLW/ns/tl.cgi/https://www.mhlw.go.jp/index.html?SLANG=ja&TLANG=ko&XMODE=0&XCHARSET=utf-8&XJSID=0https://www.mhlw.go.jp/index.html

 

 

ホーム|厚生労働省

厚生労働省の取り組んでいる政策情報、報道発表資料、統計情報、厚生労働白書について紹介しています。

www.mhlw.go.jp

 

또한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환자용 다국어 설명자료에는 한국어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모든 병원이 한국어로 진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생활한다면 평소 건강할 때 집 근처 병원과 이용 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아플 때 처음 검색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알아두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5. 병원에 다녀온 뒤 생각이 달라졌다.

일본에서 처음 병원을 경험했을 때는 여러 가지가 낯설었다.

하지만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처음만큼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본어 때문에 걱정했고, 그다음에는 절차가 걱정됐고, 그 이후에는 그냥 필요한 준비를 하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일본 생활도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하나씩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경험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일본 병원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번 경험하다 보니 결국 한국의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픈 사람이 기다리고, 간호사가 환자를 안내하고, 의사가 증상을 확인하고, 진료가 끝나면 필요한 처방이나 안내를 받는다.

나라가 달라도 사람이 아프고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관광지에서 보는 일본과 병원에서 만나는 일본은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둘 다 일본의 생활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꼭 유명한 관광지나 특별한 사건만은 아니다.

병원에 갔던 날, 처음 집을 구했던 날, 동네 슈퍼에서 장을 봤던 날, 전철을 타고 출근했던 평범한 날.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일본 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을 살다」라는 이름으로 이런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일본에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아주 작은 경험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일들. 그런 이야기가 일본에서 생활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